사장의 서재 · 보스모드 24화 | 2막 노무
← 23화 주 15시간 미만 알바, 한 시간 차이로 연 215만 원이 갈립니다 · → 25화 퇴직금, 직원 한 명당 해마다 250만 원씩 쌓이고 있습니다
세 줄 요약
- 3.3% 계약서를 썼어도, 출퇴근 시간을 정해 주고 업무 지시를 했다면 법원은 그 사람을 근로자로 봅니다. 계약서 제목은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 근로자로 인정되는 순간 4대보험·퇴직금·연차수당이 최대 3년 치 소급됩니다. 월 250만 원 인력 2년 기준 시뮬레이션으로 약 1,970만 원 — 실제 금액은 근무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 정부의 ‘가짜 3.3’ 기획감독에서 의심 사업장 3곳 중 2곳이 적발됐습니다(108곳 중 72곳, 1,070명). 지금이 계약서를 실질에 맞추는 마지막 타이밍입니다.
“3.3%로 하면 서로 좋은 거 아니에요?”
채용 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고, 첫 출근 날짜를 잡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는 사장님이 아직 많습니다. “4대보험 떼면 실수령 줄어드니까, 3.3%로 하시죠.”
그 순간 아낀 돈은 보험료 월 20여만 원입니다. 그런데 그 계약이 뒤집히는 순간 돌아오는 청구서는 다른 단위입니다. 보험료 소급분에 퇴직금, 연차수당까지 얹혀서 옵니다. 이번 화는 그 청구서의 구조를 숫자로 뜯어봅니다.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하반기, 고용노동부가 지상파·종합편성채널을 근로감독한 결과 프리랜서 계약자 216명이 근로자로 인정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12월부터 전국 108개 의심 사업장을 상대로 진행된 ‘가짜 3.3’ 기획감독 결과가 2026년 3월 발표됐습니다. 3곳 중 2곳꼴인 72개소에서 위장 고용이 적발됐고, 개인 사업자로 둔갑해 있던 1,070명이 확인됐으며 체불액은 6억 8천만 원대였습니다. 2026년 7월에는 미가입 4대보험 보험료 5억 2천만 원 추징이 이어졌습니다. 전국 단위에서 이 계약 구조를 정면으로 들여다본 첫 조치이고, 정부는 후속 감독을 예고했습니다.
방송사 이야기로 읽으면 안 됩니다. 감독의 대상은 ‘업종’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직원처럼 일을 시키면서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구조 — 카페의 바리스타, 학원의 강사, 미용실의 디자이너, 헬스장의 트레이너. 자영업 현장에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여기에 입법 방향도 겹칩니다.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용자 쪽으로 옮기는 이른바 ‘노동자 추정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추진 중입니다. 아직 시행이 확정된 제도는 아니므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는 일하는 사람이 “나는 직원이다”를 증명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사장님이 “이 사람은 직원이 아니다”를 증명해야 하는 쪽으로 판이 기울고 있습니다.
3.3%의 정체부터 정확히
3.3%는 ‘프리랜서 세금’이라는 별도 제도가 아닙니다. 사업소득 원천징수입니다. 인적용역 사업소득을 지급할 때 소득세 3%를 떼고, 그 10%인 지방소득세 0.3%를 더해 3.3%를 공제하는 것입니다.
즉 3.3% 계약의 전제는 “이 사람은 내 직원이 아니라 독립 사업자“라는 선언입니다. 그래서 4대보험 직장가입이 없고, 주휴수당·연차·퇴직금도 없습니다. 문제는 그 선언이 계약서 한 장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직원 한 명을 두는 순간 무엇이 의무가 되는지는 4대보험 가입기준 편에서 다뤘습니다.
법원은 계약서 제목을 읽지 않습니다
근로자성 분쟁에서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보는 것은 계약서의 제목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실질입니다. 판례가 쌓아 온 판단 기준을 사장님 언어로 옮기면 일곱 가지입니다.

-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를 사장이 정하는가 — “오전 10시까지 매장으로”는 근로자 신호입니다.
- 업무 수행을 지휘·감독하는가 — 일의 순서와 방법을 지시하면 근로자 쪽입니다.
- 취업규칙·복무규정이 적용되는가 — 매장 규칙, 유니폼, 근태 관리가 해당합니다.
-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가 — 본인이 직접 나와야만 하면 근로자 신호입니다.
- 사업 손익을 본인이 부담하지 않는가 — 장사가 안돼도 보수가 같다면 근로자 쪽입니다.
- 보수가 고정급인가 — 매월 정해진 금액은 ‘일의 대가’가 아니라 ‘노동의 대가’로 봅니다.
- 관계가 계속적이고 우리 매장에 전속되어 있는가 — 한 곳에서만, 계속 일하면 근로자 신호입니다.
일곱 개 중 몇 개 이상이면 근로자라는 기계적 공식은 없습니다. 법원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현장 감각으로 말씀드리면, 매장에 매일 출근해서 사장 지시대로 일하고 매월 고정 보수를 받는 3.3% 인력은 이 기준 대부분에 걸립니다. 이름만 프리랜서인 직원입니다.
여기서 하나 더. 실질이 근로자면 3.3% 인력도 상시근로자 수에 포함됩니다. 4명이라고 알고 있던 매장이 실제로는 5인 이상 사업장이 되는 순간, 연장수당 가산·부당해고 구제 같은 전혀 다른 의무가 통째로 따라옵니다. 그 경계가 무엇을 바꾸는지는 5인 경계 편에 정리돼 있습니다.
뒤집히면 얼마인가 — 1,970만 원의 구조
월 보수 250만 원, 주 5일 풀타임으로 2년 일한 3.3% 인력이 근로자로 인정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2026년 요율을 단순 적용한 시뮬레이션입니다.
| 항목 | 계산 근거 | 소급액 |
|---|---|---|
| 국민연금 (9.5%) | 250만 × 9.5% × 24개월 | 570만 원 |
| 건강보험+장기요양 (8.13%) | 250만 × 8.13% × 24개월 | 488만 원 |
| 고용보험 (2.05%) | 250만 × 2.05% × 24개월 | 123만 원 |
| 퇴직금 (2년) | 평균임금 30일분 × 2년 | 500만 원 |
| 연차 미사용수당 | 일 통상임금 95,694원 × 30일 | 287만 원 |
| 합계 (산재 제외) | 약 1,968만 원 |
※ 위 표는 월 250만 원·2년 근무·미사용 연차 30일분·근로자 부담 보험료 미회수 등을 가정한 예시이며, 실제 금액은 근무기간·사업장 규모·근로시간·보험별 소급 범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몇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첫째, 근로자 부담분도 일단 사장님 앞으로 옵니다. 4대보험료 납부 의무자는 사용자입니다. 그동안 원천공제하지 않은 근로자 몫까지 일단 사업주가 납부하고, 본인에게 돌려받는 것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이미 퇴사한 사람에게 2년 치 보험료를 돌려받는 일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울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겁니다.
둘째, 소급은 최대 3년까지 갑니다. 임금채권 소멸시효와 보험료 징수권이 통상 3년이라, 위 표의 2년 가정은 오히려 보수적인 편입니다. 3년 근무자라면 합계는 더 커집니다.
셋째, 표에 없는 항목이 남아 있습니다. 주휴수당 미달분,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5인 이상 해당 시), 그리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면 5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까지. 산재보험료와 연체 가산금도 별도입니다.
보험료 아끼자고 시작한 계약이, 직원 한 명당 2천만 원짜리 잠재 부채로 자라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오늘 할 일 — 갈림길은 두 개뿐입니다
길 1. 진짜 프리랜서로 쓰려면, 프리랜서답게.
- 계약의 단위를 ‘시간’이 아니라 ‘결과물’로 정의합니다. (월 200시간이 아니라, 디자인 시안 몇 건·프로젝트 완수)
- 작업 시간과 장소는 본인이 정하게 둡니다. 출퇴근 관리를 하지 않습니다.
- 업무 방법을 지시하지 않고, 결과물 기준으로 검수합니다.
- 본인이 다른 인력을 쓰거나 다른 거래처와 일하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 보수는 고정 월급이 아니라 건별·성과별로 설계합니다.
이 조건을 지킬 수 없는 자리라면, 그 자리는 프리랜서 자리가 아닙니다.
길 2. 실질이 직원이면, 직원으로.
- 근로계약서를 쓰고 4대보험 취득신고를 합니다. 지금 전환하면 비용은 ‘이번 달부터’지만, 적발로 전환되면 ‘3년 전부터’입니다.
- 인건비 부담이 문제라면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정직하게 설계하는 것이 답입니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구조는 23화에서 다뤘습니다.
전환 비용과 사고 비용을 같은 저울에 올려 보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매월 나가는 보험료는 계산이 되는 비용이고, 소급 청구는 계산이 안 되는 시점에 터지는 비용입니다.
실행 체크리스트
□ 3.3%로 신고 중인 인원 명단을 오늘 적어 본다 (알바·강사·실장 포함)
□ 그 사람의 출퇴근 시간·장소를 내가 정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 업무 지시·근태 관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 보수가 매월 고정인지, 건별 정산인지 확인한다
□ 위 세 가지에 해당하면 근로계약 전환 + 4대보험 취득신고를 검토한다
□ 3.3% 인원을 포함하면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이 되는지 다시 센다
□ 진짜 프리랜서는 계약서에 결과물·자율성·대체 가능성을 명시해 재작성한다
계약서 이름을 정하기 전에, 제가 겪은 일
저도 3.3% 지급을 오래 했습니다. 특히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한 푼이라도 실수령을 늘리고 싶어 먼저 “3.3%로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주변 대부분이 그렇게 하던 시기라, 저 역시 그 방식이 잘못된 줄 모르고 따랐습니다.
이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는 고용노동부 단속이었습니다. 걸릴 확률이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들 했지만, 그 낮다는 확률이 제게 왔습니다. 결과는 위에서 계산한 구조 그대로였습니다. 그 직원이 그동안 들었어야 할 4대보험료를 제가 부담했고, 벌금 200만 원까지 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이 먼저 원해서 한 계약이라는 사정은 결과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그 후로 제 원칙은 둘로 정리됐습니다. 고정적으로 일하는 파트타이머는 조건 없이 4대보험에 가입시킵니다. 근무가 유동적인 사람은 노무사와 상담해 3.3% 진행이 가능한지 더블 체크를 거친 뒤에만 진행합니다. 확률에 기대는 인사 관리는 그날로 끝냈습니다.
마무리 — 계약서 이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 세금과 의무를 정합니다
3.3%는 절세 수단이 아니라 ‘독립 사업자’라는 선언이고, 그 선언은 실질이 뒷받침될 때만 유효합니다. 실질이 직원이라면 지금 전환하는 것이 가장 싼 선택지입니다. 다음 25화에서는 그렇게 전환한 직원의 퇴직금과 퇴직연금 — 1년을 넘기는 순간 쌓이기 시작하는 그 돈의 구조를 다룰 예정입니다.
면책 안내 — 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노무·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근로자성 판단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행 전 반드시 공인노무사·세무사 등 전문가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문 요율·제도는 2026년 7월 기준이며, ‘노동자 추정제’ 등 입법 추진 사항은 시행 여부와 내용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 이 글의 이미지는 AI 도구로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