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서재 · 보스모드 18화 | 2막 노무
← 17화 「근로계약서 독소조항 5가지」 · → 19화 「근로시간과 연장수당」
면접 자리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수습 3개월은 90%예요.” 사장님도 그렇게 배웠고, 옆 가게도 그렇게 씁니다.
그런데 이 관행에는 법이 정한 조건이 세 개 붙어 있습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그 10%는 절감이 아니라 체불입니다. 이 글은 2026년 현행 기준과 2027년 변경 기준을 나란히 놓고 그 경계선을 긋습니다.
‘관행’과 ‘법’의 간격 — 10%가 아니라 전부를 물어냅니다
수습 감액은 합법 제도입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2항과 시행령 제3조가 최저임금의 90%까지 감액을 허용합니다. 2026년 최저임금이 시급 10,320원이니, 수습 하한은 9,288원입니다. 2027년 1월 1일부터는 최저임금이 10,700원으로 오르므로, 수습 하한도 9,630원으로 함께 올라갑니다.
문제는 요건을 못 채운 감액입니다. 주 40시간 기준 월급으로 보면 감액분은 월 215,688원(2,156,880원 → 1,941,192원), 3개월이면 647,064원입니다. 요건 미충족이 확인되는 순간 이 돈은 전액 임금체불이 되고, 최저임금법 위반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 아낀 돈은 65만 원, 걸린 리스크는 전과입니다.
2027년으로 넘어가면 이 금액도 같이 커집니다. 감액분은 월 223,630원(2,236,300원 → 2,012,670원), 3개월이면 670,890원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잘못 계산했을 때 물어낼 돈도 같이 오릅니다.
| 구분 | 2026년 (현재 적용) | 2027년 (내년 적용) |
|---|---|---|
| 최저 시급 | 10,320원 | 10,700원 |
| 수습 하한(90%) | 9,288원 | 9,630원 |
| 월 감액분 | 215,688원 | 223,630원 |
| 3개월 감액분 | 647,064원 | 670,890원 |
수습 급여에서 사장님이 밟는 경계선 5가지
1. 요건은 세 개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감액이 합법이 되는 조건은 ① 1년 이상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 ② 수습 시작일부터 3개월 이내 ③ 단순노무직이 아닐 것 — 셋 전부입니다. 둘만 채우면 위법입니다. 계약서에 “수습 3개월, 90%”라고 쓰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합법이 되지 않습니다.
2. 알바 수습 90%는 거의 전부 위법입니다
3개월짜리, 6개월짜리 알바 계약에 수습 90%를 넣는 순간 요건 ①이 무너집니다. 1년 미만 계약은 첫 근무시간부터 100%, 시급 10,320원입니다. 기간을 안 정한 계약이라도 감액하려면 나머지 요건을 다 채워야 하고, 단기 알바 구조에서는 사실상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3. 주방보조·배달·청소는 수습 감액 자체가 안 통합니다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9(단순노무 종사자) — 주방보조원, 배달원, 청소원, 경비원, 주유원 등 — 는 계약기간이 몇 년이든 감액이 불가능합니다. 식당·카페에서 가장 많이 뽑는 자리들이 정확히 여기에 해당합니다. 지난 17화의 수습 90% 독소조항이 바로 이 지뢰였습니다.
4. ‘수습 연장’은 연장이 아니라 체불의 시작입니다
평가가 애매해서 수습을 6개월로 늘려도, 감액은 최초 3개월에서 끝납니다. 4개월째부터 90%를 주면 그날부터 시간당 1,032원씩 체불이 쌓입니다. 수습 신분의 연장과 감액 기간의 연장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5. 90%를 줘도 명세서에서 다시 걸립니다
수습 시급 9,288원을 맞췄어도,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환산액이 11,146원(9,288 × 1.2) 아래면 체불입니다. 2027년 기준으로는 11,556원(9,630 × 1.2)이 그 선입니다. 임금명세서에는 기본급과 주휴수당을 금액으로 구분해 적고(16화), 감액 적용 사실과 비율은 근로계약서에 명시합니다(17화). 계산이 맞아도 서류가 비면 분쟁에서 집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
첫째, 수습 조항이 든 계약서를 전부 꺼내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지 확인합니다. 둘째, 감액 대상 직무가 단순노무직인지 표준직업분류로 대조합니다 — 애매하면 100%로 갑니다. 셋째, 감액 기간이 3개월을 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넘었다면 오늘부로 종료합니다. 넷째, 수습 시급이 9,288원 이상인지, 주휴 포함 환산과 명세서 구분 기재까지 확인합니다. 다섯째, 과거 위법 감액이 발견되면 차액을 먼저 정산합니다. 스스로 정산한 체불과 진정으로 드러난 체불은 무게가 다릅니다.
저는 그 조항으로 인건비를 아끼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수습 90% 조항은 제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쓰던 조항이었습니다. 인건비의 10%가 줄고, 적어도 3개월은 그 여유가 유지되니까요. 계약서 양식에 당연히 들어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제가 간과한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저는 요식업이었고, 식당 일은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입니다.
그걸 알려준 건 노무사 공부를 하던 직원이었습니다. 어느 날 제게 묻더군요. “식당은 단순노무 종사자로 분류되는데, 왜 3개월 수습 감액을 두고 계세요?” 저는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몰라서 그랬다, 미안하다. 다행히 함께 일해온 시간이 있었고, 그 부분을 보상하면서 조용히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달랐다면 제 서명이 박힌 그 계약서가 그대로 진정 서류가 됐을 것이고, 벌금까지 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수습 3개월은 그대로 두되, 급여는 첫 달부터 100% 동일하게 책정합니다. 지금도 그렇게 합니다. 대부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갑니다. 그러나 법을 아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그리고 감독이 나오는 순간, “몰랐다”는 답은 통하지 않습니다. 사장님 계약서의 그 한 줄, 오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실행 체크리스트
- 수습 감액 대상의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임을 확인했다
- 감액 대상 직무가 단순노무직(표준직업분류 대분류 9)이 아님을 확인했다
- 감액 기간을 수습 시작일부터 최초 3개월 이내로 한정했다
- 수습 시급을 9,288원(2026년 하한) 이상으로 책정했다
- 2027년 1월 1일 이후 적용분을 9,630원(2027년 하한) 이상으로 재책정했다
- 감액 적용 사실과 비율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했다
-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주휴수당을 구분 기재했다
- 1년 미만 단기·알바 계약에는 수습 감액을 적용하지 않았다
마무리
수습 90%는 관행이 아니라 요건이 붙은 제도입니다. 1년 이상 계약, 최초 3개월, 비단순노무 — 세 개가 모두 맞을 때만 10%를 아낄 자격이 생깁니다. 오늘 계약서 한 장을 꺼내 세 줄만 대조해 보십시오. 5분짜리 확인이 벌금 2천만 원짜리 리스크를 지웁니다.
법적 경계와 면책
이 글은 일반적인 노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공인노무사·변호사의 공식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수습 감액의 적법 여부는 계약 형태·직무 내용·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관련 법령과 고시는 개정될 수 있습니다. 본문의 수치는 2026년 적용 최저임금(시급 10,320원)과 2027년 적용 최저임금(시급 10,700원) — 고용노동부 고시 — 을 기준으로 하며, 적용 전 반드시 최신 고시와 전문자격사 확인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기준 시점: 2026년 7월)
※ 이 글의 이미지는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다음 이야기 · 제19화 — 근로시간과 연장수당
다음 편에서는 수습이 끝난 직원의 시간이 돈으로 바뀌는 지점, 근로시간과 연장수당의 경계를 다룹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 17화 「근로계약서 독소조항 5가지 — 사장님을 지키려고 쓴 조항이 사장님을 찌릅니다」
- 16화 「주휴수당, 5인 미만이라 안 줘도 된다는 착각 — 2천만 원짜리 실수입니다」
- 14화 「근로계약서 없이 첫 직원 쓰면, 500만 원부터 샙니다」